UFOfactory의 리모트 문화

2월부터 UFOfactory는 기존에 쓰던 공간을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팀별로 일주일에 적게는 하루, 많게는 사흘씩 리모트 실험을 하니 공간이 남았던 거지요. 그래서 아예 올해부터는 공간은 반으로 줄이고, 본격 리모트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이제는 팀별로 공간을 쓸 요일을 다른 팀과 상의해서 정하고 그 외에는 리모트를 하게 됩니다. 회사를 만들 때부터 리모트를 할 계획이었는데, 3년이 되기 전에 그 계획을 이뤘네요.

스스로 회사를 만들어야겠다 다짐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아침에 지정한 시간에 어디론가로 나가 지정한 시간까지 그 공간에 있어야 하며, 내가 그걸 하지 않아도 되는 휴일을 제외하면 15일 안팎 뿐이다”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싫었기 때문입니다. 아침잠이 많았던 나로서는 아침에 억지로 일어난다는게 내 인생이 나의 것이 아니라는 증거처럼 느껴졌습니다. 나는 노예이며 나는 내 인생과 시간을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 인간으로서의 권위도 무시당하는 느낌이기도 했습니다. 회사를 만들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이거였어요. 지정한 시간에 지정한 장소에 사람을 묶어놓지 않는 회사를 내가 다니고 싶었거든요.

두번째는 고정비를 낮추기 위해서입니다. UFOfactory처럼 수익성이 낮은 회사에서는 고정비도 상당히 아껴서 사용합니다. 대표적인 고정비가 공간에 들어가는 비용이죠. 공간을 임대하는 비용 뿐만 아니라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부대비용도 많습니다. 지금 이 공간에 이사오기 전까지 UFOfactory는 사무집기도 얼마 갖추지 않았어요. 이사도 자주 다녔지만, 20명 안팎의 인원의 짐을 1톤 트럭에 다 실어도 공간이 남았었죠. 컴퓨터는 노트북으로 모두 지급하고, 의자나 책상은 빌린 사무실에 이미 있던 것들을 그대로 쓰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해 왔어요. 그래서 공간 비용 뿐만 아니라 사무집기에 들어가는 비용도 아낄 수 있었죠. 그런 UFOfactory를 UFO유랑단이라 부르며 즐거워하곤 했습니다.

다음은 첫번째와 비슷한 이유인데. 작은 회사를 다니는 이들에게 부족한 복지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또한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장치이기도 하죠. UFOfactory는 유난히 멀리서 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이 오가는데 버리는 시간이 하루 3-4시간이 된다면, 차라리 그 시간을 쉬는데 사용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회사에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되고, 그렇게 나오지 않기 때문에 더 업무 효율이 높아질 수 있는 거였죠. 출퇴근 시간의 압박 만큼이나 출퇴근 과정에서 느끼는 패배감도 상당합니다. 만원버스, 만원지하철에서 끼여서 출퇴근하는 자신을 누가 존중할 수 있을까요.

마지막은 관리를 하지 않기 위함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관리를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업무와 시간을 관리하는게 저에겐 엄청난 스트레스이기도 하구요. 그렇다면 차라리 관리하지 않으면 어떨까 라고 생각했어요. 다 알아서 하고, 회사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성과만 관리한다면 어떨까. 언제 출근하고 언제 퇴근하는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아가는건 당사자나 관리자나 힘든 일이잖아요.

실제로는 어려운 리모트 근무 체계임에도 다행히 팀원들이 리모트에 잘 적응하여서 다행입니다. 회사에 정착시키기 어려운 문화 중에 리모트가 대표적이거든요. 아마 리모트 이전에 갖추어둔 그룹 메신저나 이슈 관리 시스템 등 다른 시스템들에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다음엔 그 이야기들을 좀 풀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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