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선생님을 추모하며

신영복 선생님이 돌아가셨습니다. 20대 중반, 모나고 거친 성품으로 인해 품었던 꿈을 놓고 방황하고 있을 때, 글로 만났던 여러 분들 중 한분입니다. 그 분의 글을 읽을 때마다 많은 감동과 동감이 있었습니다. 나의 마음이 움직이는게 느껴지고, 같은 마음이 드는 경험이었습니다. 물처럼 낮은 곳으로 가야 하고, 나무와 나무가 모여 숲을 이뤄야 한다는 말씀들은 제가 그 전에 경험한 기독교의 섬김과 평화의 가르침과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저도 제가 있을 만한 자리를 교회 바깥에서 찾아 낼 수 있었을 겁니다.

누군가를 추모함은 그의 이야기를 되새기고 이 자리에 다시 불러들임입니다. 그의 육체는 사라지지만 그의 가르침은 우리에게 남아 이어집니다. 잊혀버리는 것이 너무도 많은 시대에 선생님은 우리가 함께 붙들만한 무언가를 남겨주시고 가셨는지도 모릅니다.

돌아가셨단 소식을 들은 그 밤에 선생님이 생전에 남긴 인터뷰를 보며 빠띠가 앞으로 할 일을 다시 되새겨 보았습니다. 우리가 하려는 일은 무엇인지를요. 나름대로 저의 방식대로 선생님을 추모해 보고자 했습니다.

거대담론도 사라지고 존경했던 사람들의 추락도 많이 보고 하니까 뭔가 사표(師表)로 삼을 만한 대상을 성급하게 구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사표나 스승이라는 건 당대에는 존립할 수 없는 겁니다. 어떤 개인의 인격 속에 모든 게 다 들어간 사표가 있다면 공부하긴 참 편하겠죠. 그렇지만 그건 낡은 생각이에요. 집단지성 같은 게 필요하고 집단지성을 위한 공간을, 그 진지를 어떻게 만들 건가가 앞으로의 지식인들이 핵심적으로 고민할 과제예요.

빠띠가 만들고 싶은 정치 플랫폼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판단하는 집단지성의 힘이 발휘되는 곳입니다. 전문가에게는 전문가에게 맞는 역할을 맡기되, 많은 사람들이 함께 결정하고 그 결정을 함께 실행해 나가는걸 돕는 플랫폼이 되는게 목표입니다. 인터넷은 이 목표를 이루는데 참으로 적절한 도구입니다. 우리는 집단지성의 힘을 믿고, 그 힘이 발휘되는 플랫폼을 만들겠습니다.

역사적 변화는 그렇게 쉽게 진행되는 게 아니에요. 역사의 장기성과 굴곡성을 생각하면, 가시적 성과나 목표 달성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과정 자체를 아름답게, 자부심 있게, 그 자체를 즐거운 것으로 만드는 게 중요해요. 왜냐면 그래야 오래 버티니까. 작은 숲(공동체)을 많이 만들어서 서로 위로도 하고, 작은 약속도 하고, 그 ‘인간적인 과정’을 잘 관리하면서 가는 것!

또한 빠띠가 만드는 플랫폼은 구성원을 재료로 이용하는 집단을 위한게 아니라, 구성원 각자의 개성이 보장되면서 각자의 판단에 따라 집단의 힘이 발휘되는데 도움을 주는게 목표입니다. 우리는 그걸 물고기떼에 비유해서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거대한 상어나 거대한 고래가 아닌, 작은 물고기들이 모여 무리를 짓고 있는 모습. 전체 조직의 나사가 아니라, 피라미드 구조의 사회 속에서 하부를 짊어지는 청년들이 아닌. 각자의 개성을 가진 독립된 존재이되, 함께 모여 전체를 이루는데 도움이 되는 기술 플랫폼을 만드는게 우리의 바램입니다. 사람들은 혹은 청년들은 정치에 무관심한게 아니라, 그들을 주체로 초대하지 않고 소모품으로 여기고 가져다 쓰기만 하려는 현재의 정치를 혐오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을 만드는게 우리의 목표는 아닙니다. 더 재미나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흐름의 한 부분으로서, 누군가가 해야 하는 기술을 활용하는 역할을 우리가 맡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런 생각들을 빠띠의 설립 후부터 지금까지 우리의 비전플랫폼 전략에 적어 두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일들을 즐겁게 그리고 꾸준하게 해 나가려고 합니다. “과정 자체를 아름답게, 자부심 있게, 그 자체를 즐거운 것으로” 여기고 작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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